악수와 경례
인류가 인사법을 발명한 것은 '안전제일'을 위한 목적이 상당히 큽니다. 낯선 사람이나 집단과 접촉했을 때 상대가 적대적인가 우호적인가를 가려내는 것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며 대부분 인사법은 '당신을 공격할 뜻이 없다'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요. 서양식으로 민간을 대표하는 인사법인 악수도 사실 무기를 사용하는 오른손을 서로 맞잡으면 공격할 수 없다는 것에 착안하여 생겨난 것으로 그 유래 자체는 군사적 행동에서 유래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수경례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무기를 사용하는 오른손을 빈손으로 들어 올려 공격할 뜻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작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게 대략 기본 정석입니다. 그런데 왜 '공격할 뜻 없음'이라는 같은 원리에서 출발한 악수와 경례가 각각 민간과 군사로 갈라서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안전제일 + 친목도모'로 복합되어 있던 인사법의 쓰임새가 각각 군사와 민간으로 자기 소속을 찾아 떠났기 때문입니다.
서양을 기준으로 한다면 악수는 몸을 접촉함으로써 친밀감을 높이고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하는 인사법으로 발전하며 민간용이 되었고, 상하 구별에 대한 형식들을 발전시킬 거수경례는 계급이 중요한 군대에서 독보적인 내부 인사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체 접촉을 즐기지 않고 상하 구별이 더욱 엄격했던 동양에서는 엎드리거나 허리를 굽혀 절하는 인사법이 기본기였습니다. 지금은 동양에서도 악수를 즐겨 쓰지만, 간략화된 절이라 할 목례를 민간 인사법으로 즐겨 사용하는데 이 목례는 악수와 다르게 상하관계에 따라 먼저 하는 쪽과 받는 쪽으로 나뉘고 그 예절이 거수경례와 비슷합니다.
거수경례의 유래
거수경례의 유래는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소위 '정설'이란 것이 없습니다. 원래 군용 인사법이란 여러 시대와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생겨난 것일 테니 특정한 시점을 정해 그 유래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진 몇 가지 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영화를 보면 로마 시대에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하는데 이것은 실제 로마시대에 쓰인 인사법이라 합니다. 시민이 관청에 출입할 때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려고 오른손을 들어 올려 보여준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마식 인사법은 로마의 종말과 함께 소멸하였고 나중에 나치스 일당의 인사법으로 응용되어 지금은 터부시 되는 인사법이 되어 버렸지요.
중세시대 기사들이 자기보다 상급의 기사나 영주를 만났을 떄 헬멧 가리개를 들어 올려 얼굴을 보여 준 동작에서 경례가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가리개를 들어 올리면 무기를 쓸 수 없는 상태니 그럴듯하고 그 동작도 현대 경례와 비슷해 보이는 데다가 경례의 필수요소라 할 모자와 짝을 지어 있다는 점에서도 그럴듯합니다. 일설에는 토너먼트에 참석한 기사들이 아름다운 여인들 자태에 현옥 되어 시합을 망치지 않으려고 오른손을 들어 시야를 가리는 동작에서 유래하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세시대 인사법 역시 그 뒤를 잇는 다른 군사집단에 전승되었다는 확증은 없습니다.
유럽 쪽에서는 일반적인 인사법인 모자를 들어 인사하는 동작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대부분 서양 문화권에선 모자를 들어 인사하는 동작이 있고 군대에서도 그랬는데, 모자 모양이 복잡해져서 벗었다 썼다가 어렵게 되자 모자챙 끝에 손을 갖다 대는 것으로 벗는 것을 대신했다는 얘기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1745년 영국 콜드스트림 보병연대가 남긴 명령서도 존재하니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꽤 그럴듯한 설입니다.
여러가지 설을 휙 둘러보면 무기가 없다는 동작에서 시작해서 상관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는 행동으로 발전해 나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현대로 가까이 올수록 모자와 관련된 동작으로 발전해 왔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모자를 벗지 않아도 되는 인사법으로 경례가 발전했다는 것은 약모건 철모건 군인에겐 모자가 필수요소라는 것과 근대와 현대 공통으로 군대는 야전에서는 모자를 벗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사실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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