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필라테스 학원 간판들이 눈에 띕니다. 건강에 관심이 있는 젊은 층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운동법이죠. 얼핏 보면 기존 체력 단련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운동량을 자랑하는 데다가 일종의 정신 수련법까지 겸하고 있어서 에어로빅과 요가의 장점을 합쳐 놓은 것 같다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필라테스는 1900년대 초 독일사람 조제프 필라테스가 고안한 것으로 멀게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체력단련과 정신수련법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1914년 영국에서 복서였으며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랭커스터 수용소에 수용되게 되었습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효율적 운동을 생각해 동료 수감자를 대상으로 침대와 매트리스 위에서의 운동을 고안하기 시작하였고, 점차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하고 연구해서 수감자들은 그의 관리를 받지 못한 이들보다 건강한 수감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수용소 시절 몇 년 후 다른 수용소로 이송되어 간호 및 관리인 자격으로 전쟁 중에 생긴 상처나 질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그는 불편한 환자의 특별한 재활운동을 생각해 내고, 침대 위에서의 침대 스프링을 이용한 재활기구들을 고안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또한 이론적 연구를 병행하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지금의 필라테스만의 고유의 기구운동의 시초가 되었고, 지금의 기구들은 그 당시의 스프링이나 발이나 손을 고정시킬 수 있는 스트랩, 허리, 목, 어깨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전쟁이 희생자를 내지 않겠는가마는 1차 대전은 워낙 대량의 희생자를 만들어 냈고 무기의 발달로 부상이 더 참혹해졌습니다. 참호에 기관총 그리고 신경가스까지 더해져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파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상으로 얼굴이 함몰된 병사를 고치려고 발달한 성형술이 현대 성형의학의 기초가 된 것처럼 여기에 대응하여 다양한 치료법도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필라테스가 짧은 기간 안에 자리 잡게 된 데에도 1차 대전이라는 극단적 공간에서 병사들을 어루만지며 얻은 경험이 많은 밑거름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밀리터리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수경례 이야기 (0) | 2022.09.16 |
---|---|
초콜릿 - 미군의 최악의 비상식량 (0) | 2022.09.03 |
지퍼와 지포 (0) | 2022.09.01 |
트렌치 코트 - 밀리터리 룩의 선구자 (0) | 2022.08.29 |
바티칸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 이야기 (2) | 2021.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