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홀스 헬베티카(Cohols Helvetica)
그들의 정식 이름은 코홀스 헬베티카입니다. 영어로 풀어 스위스에서 온 교황 근위대, 흔히 '스위스 근위대'나 '스위스 용병대'로 통합니다. 그들의 임무는 인구 800여 명(2019년 기준)의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 주권자이자 11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을 지키는 것이죠. 그들이 바티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505년.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약화되었던 교회 국가 재건을 꿈꾸며 성 베드로 대성당을 개축하면서 공사 진행 동안 경호를 위해 스위스 용병 150여 명과 고용계약을 맺었습니다.
오늘날 스위스는 관광과 정밀 산업으로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부자나라지만 당시만 해도 스위스는 먹고 살기 어려운 척박한 오지였고, 수출할 것이라고는 돈 받고 대신 싸워주는 용병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막강한 전투력을 인정받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치열한 스카우트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산악지방에서 태어나 단련된 타고난 사냥꾼 기질을 지닌 점과 한 번 맺은 계약은 충실히 이행하는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샤를 5세가 바티칸을 침공했을 때 스위스 용병대는 대장 카스퍼 로이스트를 포함하여 147명이 죽고 47명이 살아남는 전멸 직전의 상황에서도 당시 교황 클레멘트 7세를 무사히 대피시켜 그 용맹과 충성심을 드높였습니다. 이후 교황을 지키는 임무는 스위스 용병 몫으로 굳어졌는데 이 시대 스위스 근위대에 내려진 공식 슬로건은 '교회 자유의 수호자'로 이 영예로운 칭호 역시 결전을 맞아 피의 대가로 얻어진 것입니다.
지금도 매년 5월 6일에는 신입 대원들의 선서식이 열립니다. 1527년 147명의 근위대원이 교황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바로 그날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왼손으로는 부대기를 잡고 오른손으로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들어 선서하는데 선서에는 '죽음으로' 교황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포함합니다. 부대기는 그들이 모신 최초 교황인 율리어스 2세의 문장과 그들이 충성을 바칠 당대 교황의 문장 그리고 부대 문장과 현 사령광 문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스위스 근위대가 되려면
여러분이 스위스 근위대가 되고싶다면 당연히 스위스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것도 독일어를 쓰는 지역 사람이어야 하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야 합니다. 꽤 까다롭죠. 19-30세의 남자로 미혼이어야 하는데 일정 기간 근무하면 허가를 받아 결혼을 위해 신부를 로마로 데려올 수 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 인물을 걸러내는 군대라 잘 생겼나 하는 것도 공식 심사 대상이며 적어도 키가 174cm는 넘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구인난으로 독일어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대원을 모집하고 있고 여성 대원 모집 이야기도 나오고 있죠.
대원 모집은 스위스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스위스 육군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스위스 남성들은 20세가 되면 15주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데 이것은 집에 장전된 자동소총을 소지하는 현역편성 예비군이 되는 것을 시작으로 55세는 되어야 병역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위스 정부는 교황 근위대 복무 기간에는 스위스군 병역 의무에서 해제해 줍니다.
스위스 근위대의 병력은 5명의 장교를 포함해서 약 120명을 넘지 않습니다. 미국식 계급 체제를 가지고 있고 최고 지휘관 계급은 대령입니다. 스위스 근위대의 군사 훈련과 교리는 스위스 육군과 비슷합니다. 그들의 전투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윌리엄 텔의 후예들답게 스위스군은 명사수 지향이라는 점입니다. '엎드려 쏴'를 위해 제식 소총에 양각대를 달고 짧은 탄창을 달아주는 스위스군의 사격술은 유럽 다른 나라들보다 뛰어나다고 합니다. 평소 집에 자동소총을 소지하며 사는 스위스 사람들의 내공이랄까요.
"바티칸엔 도대체 무장한 군대가 몇 사단이나 있는가?"
스탈린의 이 비웃음 가득한 질문에 교황 비오 12세는 "우리 군대는 모두 하늘에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하죠. 하지만 만약 스탈린의 붉은 군대가 바티칸으로 몰려든다면 목숨을 다해 교황을 지킬 '지상의 군대'는 오직 스위스 근위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00년 동안 죽음으로 교황을 지킨 영예로운 근위대의 모습은 겉모습만 화려하다는 일각의 비난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밀리터리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퍼와 지포 (0) | 2022.09.01 |
---|---|
트렌치 코트 - 밀리터리 룩의 선구자 (0) | 2022.08.29 |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 뱅가드>에 나오는 영국군 레드 데블스 (1) | 2021.11.07 |
시가전(Urban Warfare) (4) | 2021.02.27 |
군대의 구성원-병사(SOLDIERS) (0) | 2021.02.25 |